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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날의 자양화 샘플

*SZ* 2017. 1. 2. 15:19


1월 8일 대운동회 [F1] 부스에서 나오는 목금 배포본 샘플입니다.



*원작 시간축을 최대한 따라 진행하려고 한 세이린 목금입니다.

*원작 사건에 대한 묘사가 적어 원작에 대한 숙지가 없을 시 이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ex. 키요시가 부상을 입은 키리사키와의 시합)
*키요시 부모님에 대한 날조사항이 있습니다.

*말고도 더 많은 날조사항이 있습니다.
*키요시와 리코가 사귀었던 설정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의 왕래가 뚝 끊긴 작은 공원 한쪽에 위치한 정자. 그 안에 앉아 있다 보니 현실의 시간에서 약간 동떨어진 느낌마저 들었다. 지금 비가 내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빗줄기는 현실의 공간과 이 공원을 가르는 결계 같은 게 아닐까. 얼마 전 읽은 만화책의 설정 파편을 떠올리며 코가네이는 눈을 반짝였다.

이 공원에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얼른 비를 피해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지금은 조금 달랐다. 이런 때가 아니면 자신이 언제 키요시와 이런 진솔한 대화를 할 수 있었겠나 하는 생각이 드니 신경 쓰고 있지 않았던 빗소리마저 즐겁게 들렸다.

코가네이는 한결 가벼워진 기분에 슬며시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가 자신을 바라보던 키요시와 눈이 마주쳤다.


“키요시?”

“이렇게 빗속에 갇혀 있으니까 어쩐지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거 같네.”

“뭐야, 그렇게 치면 내가 여자 역을 해야 할 거 같잖아.”

“뭐? 왜?”

“그야, 이런 운치 있는 배경에 남자 둘이 있는 게 뭐가 재밌어. 여자랑 두근두근 로맨스를 즐겨야 재밌지. 안 그래?”

“그런가?”

“음, 여자라고 해도 갑자기 생각나는 게 감독인데…. 하하, 안 돼. 괜히 감독한테 혼날라.”


머릿속으로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 장면에 리코를 대입하던 코가네이가 낄낄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운치 있는 배경이라…. 장마 기간은 언제나 습기가 가득하고 공기가 더워지기 시작하는 시기라 짜증난다는 느낌만 가득이었는데,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진 공간에 앉아 시원한 빗소리를 듣다보니 확실히 평소와 다른 기분이 들긴 했다. 코가네이는 굵은 빗방울을 받아내느라 쉼 없이 흔들리는 푸른 잎들을 바라보다가 작게 웃었다.


“이 시기의 운치는 역시 수국일까? 참, 키요시! 수국들 색깔이 왜 다 다른지 알아? 붉은 수국들 밑에는 시체가 있어서 그런 거래! 피를 빨아 들여서 분홍색이나 보라색이 되는 거라는데……!”


얼마 전 부원들끼리 이런 괴담을 얘기하면서 놀다가 리코에게 한 소리를 듣고 때 아닌 과학수업을 받았었지만 코가네이의 입장에서는 그런 과학적인 이유보다는 정말일까, 싶은 이런 괴담의 이유가 더 마음에 들었다.

키요시는 이런 이야기에 관심이 별로 없고 그리 무서워할 것 같지도 않았지만 산성이니 염기성이니 하는 이야기보다는 분위기를 바꾸기에 좋지 않을까 싶어 얘기해 봤다.

키요시는 예상대로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게 무슨 소리냐고 코가네이를 비웃지도 않았다. 그저 먼 곳을 바라보는 것 같은 표정으로 희미하게 미소 지으며 그래? 벚꽃 같네. 둘이 친구일까. 라는 말을 했을 뿐이다.


“그러게, 생각해보면 둘이 조금 닮은 거 같으니까 가족일지도 모르겠다! 음, 벚꽃이 봄에 피니까 형일까?”

“수국이 벚꽃이 태어나기 전 여름에 태어났을 수도 있지 않아?”

“아! 그럴 수도 있겠다.”


다른 부원들이―그 중에서도 휴가가―있었다면 분명히 크게 한 소리를 했을 법한 영양가 없는 대화를 길게 이어가면서 코가네이는 팔을 앞으로 뻗어 기지개를 쭉 폈다. 세차게 내리던 비가 조금 약해졌는지 귓가에 시원하게 울리던 빗소리가 살짝 줄어들었다. 코가네이는 키요시를 올려다보며 씩 웃었다.


“이렇게 얘기하니까 수국 한번 보고 싶다. 올해는 아직 못 봤는데.”

“음, 정자 뒤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수국이 많이 피어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말?! 지금쯤이면 폈을까? 있지, 키요시~지금 비 조금 주춤한 거 같은데 수국 보러 갈래?”


비가 주춤하면 집으로 가야한다는 사실보다 지금 당장 수국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진 코가네이가 활짝 웃으며 키요시의 팔을 잡아끌었다. 키요시는 말없이 웃으며 일어나 우산을 폈다. 공원에 들어오기 전보다는 조금 더 익숙하고 편한 마음으로 키요시 옆에 선 코가네이는 커다란 물웅덩이를 피해 키요시에게 바짝 다가붙으며 물었다.


“키요시는 수국 좋아해?”

“글쎄, 생각해 본 적 없는데…그러는 코가는?”

“음, 좋아하냐, 싫어하냐 물어본다면 좋아한다 쪽일까. 키요시는?”


코가네이의 물음에 키요시는 잠시 말없이 앞만 응시하고 있다가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코가네이를 내려다보았다.


“역시 잘 모르겠어.”


무슨 대답이 그러냐고 받아치려던 코가네이는 처음 보는 키요시의 표정에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와 비슷하게 웃고 있었지만 어쩐지 이 이상 접근하면 키요시가 울어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을 흘리는 키요시는 잘 상상이 안 가지만.


수국이 피어있는 장소는 매우 가까웠다. 우거진 나무 뒤쪽으로 자신들이 있던 정자가 그대로 다 보이는 곳이었다. 정자에 있을 때는 뒤편에 수국이 이렇게까지 흐드러지게 피었을 거라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많이 피어있는 수국들을 보고 코가네이는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무척 좋아졌다.


“키요시! 수국이 한 가득이야! 짱이다!”

“하하, 그러게. 아직 일러서 얼마 안 피었을 줄 알았는데.”

“나 이렇게 잔뜩 피어있는 거 가까이에서 본 건 처음이야.”


코가네이는 수국 높이에 맞춰 무릎을 굽혔다. 굵은 빗방울들이 꽃잎과 잎사귀를 사정없이 내리치고 있었지만 그 안에서도 수국은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코가네이는 물방울들이 고여 위태로워 보이는 수국을 기울여 물기를 털어내고는 조심스럽게 그 부드러운 꽃잎을 만져보았다. 자신이 조금만 더 힘을 주면 그대로 짓이겨질 것처럼 연약하게 느껴지는 꽃들이 한 데 뭉쳐 이 세찬 비를 받아내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경이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게 떼어놓고 보면 되게 약해 보이는데….”

“응? 뭐가?”

“수국 말이야. 이렇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다른 꽃들보다도 힘이 없어 보이잖아.”


코가네이는 홀로 떨어져 빗물 속에 떠 있던 수국 송이를 들어 보였다. 탐스러운 수국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그 작은 한 송이는 매우 애처롭게 보였다. 코가네이는 잎사귀에 떨어져 있는 깨끗한 수국 꽃을 찾아 키요시에게 내밀었다. 키요시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그 푸른 꽃을 받아들었다. 커다란 키요시의 손에 들린 수국은 코가네이의 손에 있는 꽃보다도 훨씬 작아 보여서 코가네이는 작게 웃었다.


“이렇게 연약해 보이는데 말이지…. 뭉쳐 있으면 이런 세찬 비에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꽤 강해지잖아? 그게 참 대단한 거 같아서!”

“그러게, 대단하네.”

“그치?”

“수국도 그렇지만 코가도.”

“엑, 나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게 참 대단한 거 같아.”


키요시는 부드럽게 웃으며 코가네이에게서 받은 수국을 소중히 들고 바라보았다. 진실함이 가득 담긴 그 부드러운 시선에 코가네이는 부끄러운 듯 웃었다. 저렇게 순수하게 받아들이고 진심을 다해 다른 사람을 칭찬할 수 있는 키요시가 더 대단한 게 아닐까.

자신이 건넨 수국을 소중히 들고 바라보는 키요시를 계속 쳐다보고 있기 머쓱해진 코가네이는 다시 수국으로 눈길을 돌렸다. 짙은 녹색으로 물든 잎사귀 사이로 비를 피하고 있는 달팽이와 개구리가 보였다.


“아! 키요시~달팽이랑 개구리 발, 겨어언! 으악!”

“코가!”


달팽이와 개구리를 잡기 위해 손을 뻗던 코가네이는 앞으로 한 발짝 내밀었던 자신의 오른발이 진흙에 미끄러져 뒤로 죽 밀려나는 감각을, 마치 슬로비디오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느리게 느꼈다.

자신의 얼굴과 팔에 내리치는 빗방울이 알알이 부서지는 광경까지 고스란히 보이는 기분이었다. 다급하게 제 왼팔을 잡은 키요시의, 커다란 손의 감촉이 무척이나 뜨겁게 느껴졌다.

그 강하고 뜨거운 촉감에 전신이 타오를 것만 같았다.


시간이 조금 멈추지 않았을까 싶었던 순간이었다. 귓가에 기분 좋게 울리던 빗소리마저 멈추고 오감을 자극하는 것은 자신의 팔을 잡은 키요시의 온기와 전신을 감싸는 것 같은 수국향이 전부인 그런 순간.

코가네이는 온몸에 담뿍 스며들 것 같은 수국 향을 맡기 위해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그러나 코가네이의 감각을 사로잡은 것은 기대하던 수국의 향이 아니라 시원한 비의 감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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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는 책에서 확인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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